나의 새 핸드폰: LGT 롤리팝!

절망 끝에서 휴대폰을 바꾸다

'내달폰', '담달폰' 등으로 끊임 없는 떡밥을 던지던 아이폰의 출시가 사실상 무기한 연기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좌절했다. 자본주의 사회의 일반적인 직장인들에게 좌절은 곧 지름의 계시. 그래, LGT의 개념 인터넷 요금제인 OZ를 경험해보자 하는 생각에 여전히 인기 좋은 피처폰 '롤리팝'으로 바꿨다. 나의 관심을 끈 것은 오직 OZ. 그리고 이 글은 OZ 삼총사: 풀브라우징, WAP브라우징(OZ Lite), 그리고 메일에 대한 나의 보고서다.

1. '풀브라우징'의 진실

요즘 나오는 대다수의 휴대폰에는 '풀브라우저'라는 웹 브라우저가 들어있다. 혁신적인 개념의 제품이다. 휴대폰에 들어있는 '풀브라우저'는 더미(dummy) 터미널 같은 소프트웨어이고, (아마도 이통사에서 제공하는) 웹브라우저 서버를 통해 웹을 사용하게 된다. 좀 더 생각하면 알기 쉽게 잘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지만 귀찮아서 패스.

이놈의 장점은 웹 페이지 렌더링 호환성이 매우 뛰어나다는 거다. 심지어 Ajax를 이용한 동적인 페이지 업데이트도 (조금 덜컥거리긴 하지만) 별 문제 없이 해낸다. 와우. 하지만 단점은 세션이나 쿠키 지원을 못한다는 점이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쉽게 말해, 매번 로그인을 해야한다. 옵션으로 로그인 정보 자동입력을 지원하지만, 모든 웹사이트와 호환되지는 않는다. 결정적으로 트위터와는 멋지게 쫑난다. 매번 로그인을 해야 한다.

풀브라우저란 녀석은 한 마디로, 일방적인 정보열람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다. 흔히 "웹2.0"이나 "UCC"로 일컬어지는 참여형 웹 서비스와는 궁합이 별로 좋지 않다. 포털 메인이나 뉴스 따위를 보기엔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말이다.

2. 빌어먹을 LION 브라우저

LGT가 제공하는 WAP 브라우저는 LION 브라우저라는 녀석이다. 기존에 쓰던 KTF의 WAP 브라우저보다 훨씬 미려한 페이지 렌더링 실력을 보여준다. 즉, 지원하는 사양이 더 좋아서 화면이 더 예쁘게 표시된다는 거다. 그러나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이 LION이라는 녀석은, 유니코드(UTF8)를 지원하지 않는 듯 하다. 해외 서비스의 모바일 페이지에 들어가면 100% 한글이 깨진다.

KTF에서는 잘 쓰던 트위터, 쥐메일, 구글 캘린더 등을 쓸 수가 없다. 뿐인가? 처음에 엄청 버벅댔던 것이, '주소 직접 입력' 메뉴에서, 맨 앞에 직접 'http://'를 입력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오류가 발생한다. 이 정도의 배려라는 것은, 결국 국내 이통사와 포털에서 제공하는 WAP 페이지만 쓰라는 얘기다.

3. 개중 나은 OZ 메일 서비스

OZ에서 기대했던 것 중 하나가 이 메일 서비스다. 쥐메일로 메일이 오면 (진짜 PUSH는 아니고, 30분 간격으로 자동으로 PULL해서) 휴대폰에서 알림이 뜬다. 딩동~ 메일 왔어염~ SKT에선 따로 VMware를 써야 하는데, LGT는 OZ에 포함되어 있다. KTF는 방법이 없다. 물론 요금은 데이터 요금제와는 별도다. 계정 하나를 연결할 때마다 월 1,000원이 붙는다. 보낼 때는 한 통에 50원씩. 도둑놈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소비자는 봉이니까.

이메일 전반부에 마침표가 들어가면 (예를 들어 namu.lee@mhm.com) 메일을 보낼 수가 없다. 이건 OZ 메일 문제가 아니라 LGT의 전화번호부 문제다. 메일을 쓸 때마다 수동으로 입력하면 보낼 수 있다. 덕분에 트윗픽(twitpic)처럼 포스팅용 이메일 주소를 자동생성해 제공하는 서비스 중 다수를 쓸 수 없다. 그 뿐이랴. 역시 기본 인코딩이 유니코드가 아닌 알 수 없는 인코딩인 관계로, 해외 서비스/소프트웨어에 모바일 포스팅을 할 수 없다.

국내 모바일 사용의 한계

이 글의 요점은 그래서 LGT가 꼬졌다느니, 롤리팝을 사지 말라느니 이런 게 아니다. 대다수의 국내 휴대폰이 비슷한 사정일 것이다. LGT의 OZ라는 요금제는 분명히 너무나도 훌륭한 요금제다. 하지만 그 OZ를 사용하기 위한 '풀브라우저'나 WAP 브라우저가 지원하는 "웹"의 한계가 너무나도 지엽적이고 폐쇄적이다.

그러나 여기에 불만을 표명하는 사용자는 많지 않다. 이 점이 내가 공유하고 싶은 부분이다. 모바일을 기존의 독점구조를 깰 수 있는 하나의 기회로 보는 사람들이 많다. (나도 그 중 하나다.) 하지만 대다수의 사용자들은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즉, 여전히 네이버나 다음, 또는 싸이월드만 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는 얘기다. 이들은 새로운 세대의 모바일 인터넷이 갖는 새로운 가능성을 욕망하지 않는다. 익숙한 PC 인터넷 환경에 비슷하면 그걸로 장땡이다.

앱스토어라는 모델이야말로 이런 보수적인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욕망과 경험을 부추기는 훌륭한 모델이다. 이것이 LGT 롤리팝을 일 주일 남짓 쓰면서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

by enamu | 2009/10/12 18:47 | 나른한 잡담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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